수녀님들께
“희망 속에 기뻐하고 환난 중에 인내하며 기도에 전념하십시오.” (로마서 12:12)
“두 번째 기회”를 주시는 하느님께서는 거룩한 사순시기 동안 우리가 다시 한번 성령으로 가득 차 그분에 의해 인도되고 힘을 얻도록 허락하셨습니다. 우리는 정화되고 새롭게 된 마음으로 “그리스도는 살아계시고 우리의 희망이십니다!”하고 기뻐 환호합니다. 또한, 부활을 향한 여정을 계속하면서 우리의 축성생활의 증거로써 “우리는 주님을 뵈었습니다”(요한 20:18)라고 선포해야 하는 도전에 직면합니다.
올해의 사순시기는 개인적으로나 공동체적으로 많은 비참한 사건들 즉 전쟁, 대립, 경제적 어려움, 환경파괴,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 19)의 재앙 등을 겪으면서 우리에게 의미 있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이러한 치명적인 사건들은 끊임없이 깨어 기도하지 않으면 우리로 하여금 쉽게 희망을 잃거나 절망과 두려움에 빠지게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불확실한 사건들 가운데서 우리는 부활하신 주님의 능력을 살고 그 안에서 활동하며 바오로 사도께서 로마서 5장 5절에서 “그 희망은 우리를 부끄럽게 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받은 성령을 통하여 하느님의 사랑이 우리 마음에 부어졌기 때문입니다.”라고 하신 말씀처럼 희망의 덕을 실천하도록 도전받고 있습니다. 이 희망은 우리의 능력, 성취, 숫자, 발전된 기술에 기반을 두지 않고 우리가 신뢰를 두고(참조 2 티모 1:2) 계속적으로 우리에게 “두려워하지 마라... 내가 너와 함께 있다”(예레 1:8)고 하시며 안심시켜주시는 분에게서 나오는 것입니다.
만약 여러분이 코로나 19에 관한 뉴스를 접하고 있다면, 어떻게 바이러스가 쉽게 중국 후베이성에 있는 우한에서 시작하여 한국의 대구, 홍콩, 이태리 등 전 세계로 퍼지고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바이러스 확산을 방지하고 저지하기 위해 학교와 공장들이 문을 닫았고 여행이 금지되거나 제한들이 강화되었으며, 도시들이 폐쇄되고 미사거행을 포함해서 다중 집회들이 중지되었습니다. 그러나 공공보건위기와 세계경제위기보다 더 우리를 실망케하는 일은 코로나바이러스가 사회적 오명, 편견, 인종차별, 심지어 신체적 또는 언어적 폭력으로 이어지게 하는 공포와 불안을 사람들 사이에서 부추겼다는 사실입니다.
이 시점에서도 우리는 왜 그리고 어떻게 이런 일들이 일어나는지 정확히 알지 못합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하느님의 사랑이 그 어떤 질병보다 더 위대하다는 것 뿐입니다. 코로나바이러스의 위협에도 불구하고 사순시기는 은혜의 시기였습니다. 다시 말해서 우리의 역사에서 어려웠던 시기의 복음적 의미를 발견하기에 적절한 시기였습니다. 저는 이 질병으로 인해 심한 피해를 입는 지역에 있는 우리 수도회의 공동체들이 “격리” 되어 있는 동안 더 많은 시간을 기도, 침묵, 개인피정, 말씀나누기 그리고 공동체적으로 총회문헌을 연구하는데 보내고 있다는 소식에 위로를 받고 있습니다. 이 위기는 또한 모든 사람들, 특별히 질병에 노출될 위험이 가장 큰 의료진들의 사심 없는 봉사활동과 영웅적인 자선 행위를 촉발시켰습니다. 이는 하느님께서 우리를 결코 버리지 않으셨음을 확신시키는 부활 희망의 불꽃입니다. 이스라엘 백성이 “두려워하지들 마라. 똑바로 서서 오늘 주님께서 너희를 위하여 이루실 구원을 보아라...주님께서 너희를 위하여 싸워 주실 터이니 너희는 잠자코 있기만 하여라.”(탈출기 14:13-15)고 하신 모세의 말에 귀를 기울였던 것처럼 우리도 그렇게 한다면 분명 보이지 않는 적을 이길 것입니다.
우리를 지속적으로 보호해 주시고 이 무서운 질병에서 우리 공동체들을 구해 주시는 하느님께 감사드립니다. 그러나 이번 국제 보건 비상사태를 맞이하여, 우리는 안일하고 무관심하게 있어서는 안 되겠습니다. 우리는 질병에 대한 다양한 정보나 잘못된 정보에 관해서 신중한 분별력을 갖고, 평온함과 용기를 가지고 행동하며, 믿음 안에서 확고하고, 희망 안에서 확신을 가지며, 다른 사람들의 선익을 위해 우리의 생활방식을 단순화하기 위해 희생하도록 초대받고 있습니다. 우리는 또한 코로나바이러스 전염병에 큰 영향을 받은 사람들뿐만 아니라 그들을 돌보고 있는 이들에게 우리의 친밀감과 기도를 계속 표현해야 하겠습니다. 또한 기도, 희생 그리고 자선의 위대한 행위를 통해 이 전염병을 근절할 수 있다고 확신하기에 우리는 겸손하고 뉘우치는 마음으로 주님께 간청을 드려야겠습니다. 코로나바이러스나 다른 질병들은 우리가 단지 “먼지”요, 부서지기 쉬운 약한 인간에 불과하다는 것을 보여주지만 전능하신 하느님의 무한한 사랑을 받고 있음을 또한 분명하게 보여줍니다.
코로나바이러스가 초래한 전 세계적인 보건위기를 경시하고 싶지는 않지만, 제가 앞서 언급한 바이러스의 종류들이 저는 더 걱정이 됩니다. 즉, 편견과 인종차별, 이 모든 것들이 우리 공동체에 미묘하게 스며들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종류의 “바이러스”는 개인주의, 자기중심주의, 차별, 비판, 무관용, 시기, 권력욕, 무관심 등의 형태를 지닐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종류의 ‘바이러스’는 코로나바이러스보다 더 걱정스러운데, 그 이유는 이런 것들이 우리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 하느님과의 관계도 파괴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수녀님들, 이러한 형태의 치명적인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도록 우리 자신을 ‘소독’하고 깨어있도록 합시다! 전문가들이 말하기를 코로나바이러스는 우리의 부주의로 그것에 틈을 주지 않는 한 우리 몸 속에 들어올 수 없다고 합니다. 마찬가지로, 우리의 부정적인 태도들도 우리가 인내심을 가지고 기도하며 부활의 변화하는 힘에 대한 필요성을 인정한다면 지속될 수 없습니다.
위대한 사랑으로 부활하신 그리스도께서는 우리에게 부활의 선물과 약속을 주기를 갈망하십니다. 그분께서는 우리를 막고 있는 의심과 절망의 돌을 굴려버리십니다. 그분께서는 우리 각자의 이름을 부르시며 “우리의 두려움, 절망, 무관심, 게으름, 이기주의의 무덤에서 나와 새 생명과 희망의 빛 안으로” 초대하십니다. 그분께서는 “우리에게서 무덤의 옷을 벗기시어 부활의 사람이 되도록 자유롭게 해방시켜 주십니다.” 그래서 우리도 다른 사람들의 구속상태를 “풀어주도록” 도울 수 있게 하십니다. 총회문헌에서도 “두려움, 어려움 그리고 고통에도 불구하고 부활하신 주님의 기쁨에 들어가는 것”, “기쁨의 공동체를 증거 함으로써 그리스도를 선포하는 것”, “그리스도와의 만남의 기쁨을 다른 이들에게 드러내 보이는 것” 등과 같은 도전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우리를 묶는 것이 무엇이든 기꺼이 남겨두고 새로운 삶과 희망의 빛에 흔쾌히 발을 들여놓을 수 있습니까? 우리는 밖으로 나아가 부활하신 주님을 증거 할 수 있을 만큼 열정적이고 담대합니까?
부활의 사람으로서, 죽음을 이긴 생명의 승리, 악을 이긴 선의 승리, 어둠을 이긴 빛의 승리, 절망을 물리친 희망의 승리, 두려움을 이긴 사랑의 승리 등 부활이 가져다주는 기쁨을 즐깁시다. 부활축제가 새 생명, 새로운 희망, 끝없는 사랑, 기쁨에 찬 감사의 축제가 되기를 빕니다!
총원에 있는 우리 모두는 진심으로 수녀님들의 관심과 지지의 말씀, 기도에 감사드리며
복되고 “바이러스 없는” 부활절을 맞이하시길 기원합니다! Alleluia!
부활하신 주님 안에서 사랑으로,
총장 이 마리아고레띠 수녀